고양이와 함께 살다 보면 정말 말을 알아듣는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이름을 부르면 고개를 돌리고, 간식을 묻는 말에는 울음으로 답하며, 특정한 말을 들으면 곧바로 달려가기도 해요.
까미와 겨울이도 가족이 “까미야”, “겨울아” 하고 부르면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봅니다. 그런데 그다음에 보이는 반응은 서로 달라요. 까미는 눈을 가느다랗게 뜨거나 “냐앙~” 하고 대답할 때가 많지만, 겨울이는 소리를 내기보다 가족을 바라보거나 따라오는 행동으로 답하는 편입니다.
고양이는 사람의 말을 어디까지 알아듣는 걸까요? 까미와 겨울이의 반응을 지켜보면서 이름과 반복되는 말, 목소리의 억양과 상황을 어떻게 연결하는지 살펴보았습니다.
고양이는 자신의 이름을 알까요?
가족들이 까미와 겨울이의 이름을 부르면 두 아이 모두 고개를 돌려 바라봅니다.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는 가만히 있다가도 자신의 이름이 들리면 귀를 움직이거나 시선을 보내기도 해요.
연구에서도 고양이가 자신의 이름을 다른 단어나 함께 사는 고양이의 이름과 구별할 가능성이 확인되었습니다. 다만 자신의 이름을 사람처럼 ‘나를 나타내는 고유한 이름’으로 이해하는지, 이름을 부르면 관심이나 음식 같은 일이 이어진다고 배운 것인지는 구분할 필요가 있어요.
이름을 불렀을 때 반드시 달려오지 않는다고 해서 알아듣지 못하는 것도 아닙니다. 겨울이처럼 고개만 돌려 바라볼 수도 있고, 귀만 움직이거나 꼬리 끝으로 반응할 수도 있어요. 고양이는 들었어도 그 순간 움직이지 않기로 선택할 수 있으므로 작은 변화까지 함께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간식 줄까?”에 대답하는 까미
까미에게 “간식 줄까?” 또는 “츄르 줄까?”라고 물으면 재미있는 반응이 돌아옵니다. 눈을 가느다랗게 뜰 때도 있고, “냐앙~” 하고 길게 대답하면서 입술을 핥을 때가 많아요.
까미가 질문의 문법과 의미를 사람처럼 이해한 뒤 “응, 주세요”라고 답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간식’과 ‘츄르’라는 소리를 들은 뒤 맛있는 음식이 나오는 경험은 여러 번 반복됐어요. 말의 소리와 집사의 억양, 간식을 준비하는 움직임을 하나의 상황으로 연결해 기억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까미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지?”라고 물을 때도 눈을 지그시 감거나 울음으로 반응합니다. 이때 눈을 감는 것을 곧바로 “네, 제가 제일 예뻐요”라는 대답으로 해석할 수는 없어요. 다만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걸고 쓰다듬어주는 상황에서 까미가 편안함을 느끼며 눈을 천천히 감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정확한 뜻을 번역할 수는 없어도 질문을 건넸을 때 까미가 눈과 목소리로 반응하니 가족에게는 하나의 대화처럼 느껴져요.
겨울이는 바라보고 따라오며 대답해요
겨울이는 이름을 불렀을 때 까미처럼 자주 울음으로 답하지는 않습니다. 대신 부르는 사람을 가만히 바라봐요. 소리를 내지 않아도 고개와 시선으로 “들었어”라고 알리는 것 같습니다.
남편이 안방으로 들어가면서 “겨울아, 이리 와”라고 부르고 강아지를 부를 때처럼 특유의 소리를 내면 겨울이가 쪼르르 따라가기도 해요. 겨울이에게 그 소리는 단순한 소음이 아니라 남편이 자신을 부르는 익숙한 신호가 된 듯합니다.
이름과 부르는 억양, 남편이 안방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반복되면서 그다음에 일어날 상황을 예상하게 된 것으로 볼 수 있어요. 까미가 울음으로 대답하는 편이라면 겨울이는 바라보거나 직접 따라가는 행동으로 답하는 셈입니다.
최근에는 겨울이도 예전보다 울음이 많아졌습니다. 가족과 지내면서 자신의 울음에 사람이 반응한다는 경험이 쌓이고, 표현하는 방식이 다양해진 것일 수 있어요. 다만 울음이 갑자기 지나치게 늘면서 식욕이나 배변, 수면과 활동량까지 달라진다면 단순히 말이 많아졌다고 여기지 말고 건강 상태도 함께 살펴야 합니다.
박치기로 쓰다듬어달라고 말하는 까미
고양이의 대답은 울음과 눈빛에만 나타나지 않습니다. 제가 누워 있으면 까미는 가까이 다가와 머리로 제 몸을 툭 밀곤 해요. 그럴 때마다 뽀뽀를 해주고 몸을 쓰다듬어줍니다.
까미가 뽀뽀와 쓰다듬기 중 무엇을 정확히 요구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머리로 밀면 제가 관심을 보이고 다정하게 만져준다는 경험이 반복됐기 때문에, 적어도 가까이에서 교감해달라는 요청으로 느껴져요.
반대로 오빠가 부르거나 가까이 다가오면 까미는 굵은 목소리를 낼 때가 있습니다. 만지려고 손을 가까이 가져가면 깨물려고 하기도 해요. 같은 이름을 불러도 누가 부르는지, 어떤 방법으로 접근하는지에 따라 반응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이 행동은 단순히 말을 알아듣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상대와의 관계, 접근하는 속도와 몸짓, 과거의 경험이 함께 작용한 결과일 수 있어요. 굵은 울음과 깨물려는 행동으로 거부 의사를 보인다면 손을 멈추고 거리를 두어야 합니다.
“잡으러 갈까?”는 놀이를 시작하는 신호
까미가 가장 역동적으로 반응하는 말은 “까미 잡으러 갈까?”입니다. 이 말을 하며 다가가면 까미는 기다렸다는 듯 후다닥 달아나 커튼이나 캣타워에 몸을 숨겨요.
하지만 정말 잡히기 싫어서 피하는 모습과는 조금 다릅니다. 저나 남편이 반대로 문이나 벽 뒤에 숨으면 이번에는 까미가 우리를 찾으러 옵니다. 우리가 숨어 있는 위치를 알아차리면 곧장 얼굴을 내미는 대신, 그곳과 맞닿은 벽으로 높이 튀어 올라 갑자기 나타나기도 해요. 마치 “어디 있는지 다 알아!” 하며 우리를 놀라게 하는 것 같아 웃음이 납니다.
가족이 까미를 쫓으면 까미가 숨고, 가족이 숨으면 까미가 찾아옵니다. 쫓는 역할과 쫓기는 역할을 번갈아 맡으며 놀이를 이어가는 것이지요.
까미가 “잡으러 갈까?”라는 문장을 사람처럼 해석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 말의 소리와 억양, 가족이 몸을 낮추거나 다가오는 움직임, 그 뒤에 시작되는 숨바꼭질을 함께 기억하는 것으로 보여요. 까미에게 이 말은 위험을 알리는 경고가 아니라 신나는 놀이가 시작된다는 신호가 된 셈입니다.
모든 고양이가 쫓기는 놀이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에요
까미가 쫓고 쫓기는 놀이를 좋아한다고 해서 모든 고양이에게 같은 방법을 사용하면 안 됩니다. 까미는 스스로 다시 가족을 찾아오고, 몸을 숨겼다가 튀어나오며 반복해서 놀이를 이어갑니다. 이러한 전체 흐름을 보았을 때 놀이를 즐기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어요.
반면 귀를 완전히 뒤로 눕히고 꼬리를 부풀리거나, 몸을 웅크린 채 오랫동안 나오지 않는다면 두려움이나 스트레스를 느끼는 것일 수 있습니다. 하악질하거나 도망갈 길만 찾는다면 즉시 쫓기를 멈추고 혼자 진정할 시간을 주어야 해요.
까미도 벽으로 높이 뛰어오를 정도로 신이 나기 때문에 놀이 전에는 미끄러운 물건과 날카로운 가구 모서리가 없는지 살펴봅니다. 고양이가 자발적으로 다시 다가오는지 확인하면서 짧게 놀아주는 것이 안전해요.
말보다 목소리와 행동을 함께 살펴주세요
고양이에게 말을 걸 때는 단어 하나만 반복하기보다 일정한 목소리와 행동을 함께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름을 부를 때마다 큰 소리를 내거나 싫어하는 행동을 한다면 이름 자체에도 불편한 기억이 생길 수 있어요.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름을 부르고, 고양이가 바라보거나 다가왔을 때 쓰다듬기와 놀이처럼 편안한 경험을 이어주면 좋은 신호로 익숙해질 수 있습니다. 다만 고양이가 반응하지 않을 때 억지로 안거나 끌어오지는 않아야 해요.
까미와 겨울이는 같은 집에서 같은 말을 들으며 생활하지만 대답하는 방법은 다릅니다. 까미는 눈을 감고 울음으로 답하며, 박치기로 쓰다듬기를 요구하고, “잡으러 갈까?”라는 말에는 온몸으로 놀이를 시작합니다. 겨울이는 이름을 부르면 바라보고, 익숙한 부름이 들리면 쪼르르 따라와요.
고양이가 사람의 문장을 어디까지 이해하는지는 단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름과 반복되는 단어, 목소리의 억양, 가족의 움직임과 그 뒤에 이어지는 경험을 연결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반응한다는 것은 일상에서 충분히 느낄 수 있어요.
말로 “응”이라고 답하지 않더라도 바라보는 눈과 움직이는 귀, 다가오는 발걸음과 갑작스러운 벽 점프까지 모두 고양이의 대답일 수 있습니다. 까미와 겨울이에게 말을 걸 때마다 작은 반응을 살펴보는 일이 가족과 두 아이가 대화를 이어가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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